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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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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공감 글 허광석 (일산청정한의원 원장) “사랑이란 누군가가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다.” 어떤 책에서 본 이후 개인적으로 울림이 많아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문구다. 소설, 드라마, 영화, 가요에서 많이 나오는 남녀 간의 애정만을 사랑이라고 알고 있던 때에는,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결 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고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면서 점점 더 크게 느끼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자란 집은 가족 간의 대화가 거의 없었다. 예전 TV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나오는 ‘대화가 필요해’ 라는 경상도 집안의 식사 풍경이 우리 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대구라는 지역에, 각자 집안의 장남, 장녀인 부모님과, 장남이자 장손인 나, 과묵한 남동생이 우리 가족이었으니 더 이상 말..
다이어트, 적당한 운동과 소소한 식사면 됩니다 - 운동 오지라퍼 2 글 임민창 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의 목표는 약해진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근육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저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부분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지금 운동 오지라퍼가 된 이후에도 제게 운동을 물어보는 분들은 살을 빼는 것이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오지랖은 다이어트 해본 적 없는 필자(좀 재수 없나요?)가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엄청난 오지랖이겠지만 여기서는 다이어트의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첫 째로 해야 할 일은 적당한 운동입니다.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쉽게 지키지 못하는 것이죠. 적당한 운동이란 말도 좀 애매합니다. 그래서 자세히 설명하려고 합..
회고록을 통해본 여성독립운동가의 삶 - 이은숙의 [서간도 시종기]*1)를 중심으로 글 김가희 2호에서 처음으로 다룬 ‘정릉문학’ 이야기의 그 두 번째 주제는 쉽게 정했다.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정릉과 관련 있는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말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성북과 관련된 인물들의 삶을 주제로 극을 만드는 극단 더늠에서 2017년에 라는 뮤지컬을 만들어 이은숙 선생의 삶을 조명한 바 있고, 올 해에는 정정화, 이은숙, 조벽화 세 분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보여준 이라는 융복합무용극 공연도 있었다. 따라서 말년에 정릉에 사셨다는 사실 말고 이은숙 선생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으면서도 그 분에 대해서라면 뭔가 쓸 만한 자료가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서간도 시종기 - 우당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 회고록』이 한자로 된 옛말에 익숙하지 않은..
아직 곁에 있다 - (정릉동 사진모음) *이 글의 저작권은 '정릉야책'에 속해 있으며 무단 도용 및 복사를 금합니다.
기억(옛 것) 글 김준엽 시간을 거슬러 30여 년 전, 코 찔찔이 꼬마 아이는 정릉동 온 동네 골목골목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며 말썽과 소란을 피우던 ‘악동,’ 즉 골목대장이었다. 어디에선가 ‘부아아아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하면 사자머리가 손잡이를 물고 있는 자기 집 녹슨 철문을 박차고 나오며 소리를 지르곤 했는데, 그 소리는 작은 체구의 꼬마 아이에게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 동네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곤 했다. “소독차 왔다!!” 골목대장의 외침이 끝나기도 무섭게 집집마다의 녹슨 대문들이 활짝 열리며 아이들이 뛰쳐나왔다. 아마 아이들도 소독차 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어디?” “어디쯤 왔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아이들의 시선이 닿은 곳은 저 밑 구부러진 길에 위치한 파란 기와집..
숲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국민대 숲 해설가 양성과정을 마치며 글 김은희 내가 숲 해설가라는 직업이 있다고 알게 된 것은 2년 전쯤이다. 지인으로부터 숲 해설가 권유를 받았을 때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산을 다니는데 전문가가 필요한 것인가?” 그저 산은 내가 필요할 때 올라갔다 즐기다 내려오면 되는 곳 아닌가! 숲 해설 전문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예기치 못했던 삶의 변수는 내게도 찾아왔고 곡절 많은 강폭이 아름다운 것처럼 인생의 강은 또 한 번 돌아가는 굴곡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 말 3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퇴직한 후 바뀐 생활패턴 속에서 2년간 머뭇거렸던 숲 해설가 공부를 해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심이 흐트러지기 전에 ..
전등사와의 인연 글 허영미 내비는 차 한 대밖에 지날 수 없는 좁은 골목으로, 높은 곳을 향해 나를 데리고 갔다. 눈이 오면 가보겠다고, 한번 놀러 오라는 스님의 말씀에 그렇게 얘기를 했었다. 그랬던 내가 오늘 A와 스님이 옮겨 가셨다는 달마사로 가고 있었다. 불교 신자인 그녀는 힘들 때면 절에 간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좀 쉬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 힐링이 될 수 있도록 그녀가 좋아하는 절에 데려가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면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난 어려서부터 왠지 모르게 절을 무서워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좀 쉬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쉴 곳을 찾을 때, 지인 소개로 한 번 가보고 괜찮으면 계속 있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찾게 되었다. 삼시세끼 식사가 해결 된다는 게 나에겐 큰..
그냥 떠난 러시아 글 이혜성 큰 고민 없이 출발해서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 도착해서 바로 올려다본 하늘은 회색빛이었다. 비도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예상했던 날씨지만 조금 아쉬웠다.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 도심으로 가는 길 사이사이, 숲 사이사이 나무로 만든 예쁜 집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자리를 위해 주변을 넓히는 것이 아닌 자연의 빈자리에 사람들이 자리를 빌려 쓰는 듯해 보였다. 그 풍경이 마음에 들면서 잘 왔다는 뿌듯함이 들었고 그렇게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떴다. 짐을 내려놓고 숙소 근처 마트에 들러서 저녁에 먹을 간단한 안줏거리와 술을 샀다. ‘보드카의 나라에서는 제일 먼저 보드카를 손에 쥐어야지!’ 10시 이후에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어색한 이 나라. 간단히 장을 본 나와 친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