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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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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결혼했다!! 글 노지혜 함께 일하던 유치원 선생님 중 한 명은 결혼한 지 2년 된 신혼이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형부랑 결혼할 때 진짜 귓가에 종소리가 났어요?’ 내가 지금 남편이 된 사람을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동료 교사에게 물어본 결혼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이었다. 그 선생님은 특유의 애교 섞인 톤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음~ 아니!’ 역시... 종소리가 나는 사람들만 하는게 아니었어... ! 나도 할 수 있겠다. 결.혼. 남편과 만난 지 2개월째 우리는 결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냈다. 아직 20대 중반을 향해 쏜살같이 달리기하는 그와 20대 후반을 향해 느림보 달리기를 하던 내가 말이다. 양가 부모님과 우리 나름대로의 우여곡절을 겪은 후 결혼 승낙을 받고, 그렇게 우리는 남들과 조금 다른 결혼 준비를 해 보..
막걸리를 찾아서 - 뜬금여행기2 글 마르 아직 해가 넘어가기도 전, 소주 한잔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30년지기 친구와 거기다 토요일이라면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우리에겐 다만 올 겨울 처음 먹어보는 방어를 작은 거 한 마리 먹을 지, 큰 방어를 잡아서 나눠 파는 걸 한 접시 먹을 지 아주 사소한 고민이 있을 뿐이었다. 우리의 분분한 의견은 거의 모든 생선이 그렇지만 특히 방어는 클수록 더 맛있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정리가 되었고, 두껍게 썰어진 방어회는 접시 위에서 빛나는 자태로 소주잔을 들게 했으며, 젓가락질 한 번에 크게 빈 자리를 만드니 아쉬움으로 또 한잔을 재촉했다. 탁자 위에 소주가 세 병으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해는 지지 않았고 우리의 이야기도 끝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2차를 생각했다. 시원한 ..
말 안 듣는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발전하는게 아니겠는가? [동구여중 정상화를 위한 학부모회]를 만나다 글 황현숙 여름이 올 거라고 암시라도 하듯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던 6월의 어느 날, 동구여자중학교 학부모님 두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초대해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진이(이하 이) : 안녕하세요, 동구 여중 학부모 회장 이진이입니다. 손현숙(이하 손) :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인, 2018년에 동구여중 학부모 회장을 맡았었구요. 이름은 손현숙입니다. 작년 한 해 동구학원은 매우 ‘핫’ 했는데요. 우리가 흔히 동구사태라고 부르는 일을 짧게 정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이 일은 2012년 한 교사의 공익제보로 시작됐어요. 제보를 받은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이사진 전원이 물러나게 됐죠. 이후 교육청이 파견한 관선이사에 의..
마음을 움직이는게 제일 어려워요 의 권우정 감독을 만나 글 김가희 권우정 감독을 알고 지낸 지 만 4년이 되었다. 성북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해보자고 처음 만나 협동조합을 함께 만들고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미디어, 영상 중심의 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권우정 감독이 최근에 새 영화 을 내놓았다.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상영에 이어 지난 6월 8일, 우리 동네 영화관 ‘아리랑시네센터’에 특별상영회를 했다. 2016 인천다큐멘터리 포트 ‘베스트 코리안 프로젝트상’ 수상 201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포스트핀상 CGV 아트하우스 개봉지원작 2016 전주 국제영화제 코리아 피칭 우수상 2019 전주 국제 영화제 코리아 시테마 스케이프 프리미어 상영 영화를 만들며 여러 상과 지원을 따내는 ..
무대 위 푸르고 시린 예술가들 인터뷰 : 배우 김한, 연출가 전웅 글 문지원 겨울 추위를 몰아내던 해가 반갑기도 잠시, 따스함이 더위라는 말로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한 6월의 어느 주말에 혜화를 찾았다. 혜화에는 다가오는 여름 더위만큼 뜨거운 젊은 연극제가 한창이었다. 거리마다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한창 꿈 많은 연극학과 전공생들이 준비한 연극을 한 편 보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힘들다고 소문난 요즘 청춘, 요즘 청년들. 불안하고 힘든 시대에 예술을 하는 것은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 열정이 있어서일까? 다른 예술도 아닌 연극인의 길을 가고자 하는 청년이란 어떤 존재일까? 부담스럽던 노란 햇빛도 주황빛을 띄며 점차 누그러지는 시간, 20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두 예술인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
주민과 함께 가는 복지 주민과 함께 가는 복지 - 정릉종합사회복지관(관장 : 이진이) 탐방기 글 김정훈 올초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마을활동가 삐융의 전화를 받는다. '더하기축제' 준비를 같이 하잔다. 동네책방 호박이넝쿨책을 차려놓고 나름 동네사람들과 섞여보려 애쓰던 터라, 이 참에 동네행사도 같이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어 회의에 참여한다. 더하기축제. 올해는 6월 1일에 열렸다. 즉, 실제 행사는 하루. 그런데, 2월초부터 그 준비를 시작했다. 그 하루의 행사를 준비한다고 모인 이들이 어림잡아 50명이 넘는다. 나 같은 일반 주민부터 동네활동가들까지. 그 하루의 행사를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토록 오랜 기간 얘기를 나눈다고? 더군다나 오로지 효율만을 강조하는 이 현대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그런데 정말 그런 ..
정릉야책 3호를 들어가며 올해도 마을잡지 '정릉야책 여름호'가 나왔습니다. 올 여름호는 예년의 여름호 보다, 두껍게 만들어졌습니다. 글을 기고해준 분들이 많았단 얘기입죠. 기고된 글이 많았았다는 건, 기존에는 다루지 못했던 얘기들이 보다 많이 다루어졌단 말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총 스물 한개의 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시가 두 개가 실렸고 소설도 하나 올라왔네요. 물론 지난 호에도 '야책 문학상'을 통해 시와 수필이 올라오긴 했으나, 올해부터는 앞으로 계속해서 정릉야책을 채워 줄 동네 시인과 동네 소설가가 발굴됨에 따라 문학으로서 하나의 독립된 섹션을 구축하게 되었다는 게 뜻깊네요. 새롭게 구축된 문학 섹션을 기반으로 전국 잡지가 되는 꿈을 꾸어봅니다. 새로운 섹션이 만들어진 것 이상으로 기분 좋은 사건도 있네요. '운동 오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