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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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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곁에 있다 - (정릉동 사진모음) *이 글의 저작권은 '정릉야책'에 속해 있으며 무단 도용 및 복사를 금합니다.
기억(옛 것) 글 김준엽 시간을 거슬러 30여 년 전, 코 찔찔이 꼬마 아이는 정릉동 온 동네 골목골목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며 말썽과 소란을 피우던 ‘악동,’ 즉 골목대장이었다. 어디에선가 ‘부아아아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하면 사자머리가 손잡이를 물고 있는 자기 집 녹슨 철문을 박차고 나오며 소리를 지르곤 했는데, 그 소리는 작은 체구의 꼬마 아이에게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 동네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곤 했다. “소독차 왔다!!” 골목대장의 외침이 끝나기도 무섭게 집집마다의 녹슨 대문들이 활짝 열리며 아이들이 뛰쳐나왔다. 아마 아이들도 소독차 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어디?” “어디쯤 왔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아이들의 시선이 닿은 곳은 저 밑 구부러진 길에 위치한 파란 기와집..
숲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국민대 숲 해설가 양성과정을 마치며 글 김은희 내가 숲 해설가라는 직업이 있다고 알게 된 것은 2년 전쯤이다. 지인으로부터 숲 해설가 권유를 받았을 때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산을 다니는데 전문가가 필요한 것인가?” 그저 산은 내가 필요할 때 올라갔다 즐기다 내려오면 되는 곳 아닌가! 숲 해설 전문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예기치 못했던 삶의 변수는 내게도 찾아왔고 곡절 많은 강폭이 아름다운 것처럼 인생의 강은 또 한 번 돌아가는 굴곡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 말 3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퇴직한 후 바뀐 생활패턴 속에서 2년간 머뭇거렸던 숲 해설가 공부를 해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심이 흐트러지기 전에 ..
전등사와의 인연 글 허영미 내비는 차 한 대밖에 지날 수 없는 좁은 골목으로, 높은 곳을 향해 나를 데리고 갔다. 눈이 오면 가보겠다고, 한번 놀러 오라는 스님의 말씀에 그렇게 얘기를 했었다. 그랬던 내가 오늘 A와 스님이 옮겨 가셨다는 달마사로 가고 있었다. 불교 신자인 그녀는 힘들 때면 절에 간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좀 쉬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 힐링이 될 수 있도록 그녀가 좋아하는 절에 데려가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면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난 어려서부터 왠지 모르게 절을 무서워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좀 쉬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쉴 곳을 찾을 때, 지인 소개로 한 번 가보고 괜찮으면 계속 있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찾게 되었다. 삼시세끼 식사가 해결 된다는 게 나에겐 큰..
그냥 떠난 러시아 글 이혜성 큰 고민 없이 출발해서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 도착해서 바로 올려다본 하늘은 회색빛이었다. 비도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예상했던 날씨지만 조금 아쉬웠다.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 도심으로 가는 길 사이사이, 숲 사이사이 나무로 만든 예쁜 집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자리를 위해 주변을 넓히는 것이 아닌 자연의 빈자리에 사람들이 자리를 빌려 쓰는 듯해 보였다. 그 풍경이 마음에 들면서 잘 왔다는 뿌듯함이 들었고 그렇게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떴다. 짐을 내려놓고 숙소 근처 마트에 들러서 저녁에 먹을 간단한 안줏거리와 술을 샀다. ‘보드카의 나라에서는 제일 먼저 보드카를 손에 쥐어야지!’ 10시 이후에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어색한 이 나라. 간단히 장을 본 나와 친구는 ..
ㅇㅇ!! 결혼했다!! 글 노지혜 함께 일하던 유치원 선생님 중 한 명은 결혼한 지 2년 된 신혼이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형부랑 결혼할 때 진짜 귓가에 종소리가 났어요?’ 내가 지금 남편이 된 사람을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동료 교사에게 물어본 결혼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이었다. 그 선생님은 특유의 애교 섞인 톤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음~ 아니!’ 역시... 종소리가 나는 사람들만 하는게 아니었어... ! 나도 할 수 있겠다. 결.혼. 남편과 만난 지 2개월째 우리는 결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냈다. 아직 20대 중반을 향해 쏜살같이 달리기하는 그와 20대 후반을 향해 느림보 달리기를 하던 내가 말이다. 양가 부모님과 우리 나름대로의 우여곡절을 겪은 후 결혼 승낙을 받고, 그렇게 우리는 남들과 조금 다른 결혼 준비를 해 보..
마음을 움직이는게 제일 어려워요 의 권우정 감독을 만나 글 김가희 권우정 감독을 알고 지낸 지 만 4년이 되었다. 성북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해보자고 처음 만나 협동조합을 함께 만들고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미디어, 영상 중심의 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권우정 감독이 최근에 새 영화 을 내놓았다.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상영에 이어 지난 6월 8일, 우리 동네 영화관 ‘아리랑시네센터’에 특별상영회를 했다. 2016 인천다큐멘터리 포트 ‘베스트 코리안 프로젝트상’ 수상 201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포스트핀상 CGV 아트하우스 개봉지원작 2016 전주 국제영화제 코리아 피칭 우수상 2019 전주 국제 영화제 코리아 시테마 스케이프 프리미어 상영 영화를 만들며 여러 상과 지원을 따내는 ..
무대 위 푸르고 시린 예술가들 인터뷰 : 배우 김한, 연출가 전웅 글 문지원 겨울 추위를 몰아내던 해가 반갑기도 잠시, 따스함이 더위라는 말로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한 6월의 어느 주말에 혜화를 찾았다. 혜화에는 다가오는 여름 더위만큼 뜨거운 젊은 연극제가 한창이었다. 거리마다 젊은 연극인들의 열정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한창 꿈 많은 연극학과 전공생들이 준비한 연극을 한 편 보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힘들다고 소문난 요즘 청춘, 요즘 청년들. 불안하고 힘든 시대에 예술을 하는 것은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 열정이 있어서일까? 다른 예술도 아닌 연극인의 길을 가고자 하는 청년이란 어떤 존재일까? 부담스럽던 노란 햇빛도 주황빛을 띄며 점차 누그러지는 시간, 20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두 예술인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