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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4호

야책문학 - 소설

<새>

 

이밥

 

 

<전편의 줄거리>

아주 오래  우주는 거대한 새들의 세상이었고 새들은 어느 별에서 자신의 삶을 즐기며  우주를 돌아

다녔다. 어느  (봉황 수컷 ’) 태양을 삼키려던 (봉황 암컷) 에게 돌진하였다가 그만 그와 불어

황홀경에 빠진다. 15천만년  황홀경에서 깨어보니 우리 외에  새들이 하나도 없다. 

지구화  새들이 모두 지구형 행성들에 모여들 공룡이 돼버린 사건  때문이었다. 우리는 다른  새들을 찾던 ,  지구에서 까치를 만나고 까치는  간의 일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6. 멸종  까치와 황이의 문답

빅뱅 이후 우주는 각각의 별에서 쏟아내는 빛과 열을 따라 팽창을 계속해가며 팽창음을 만들어내는데 

어찌나  소리가 아름답던지 우주의 구라도  소리를 인지하게 되면 언제까지고  질서를 유지하고픈 

마음 가슴에 차오르곤 했었다. 후대에 지구에 나타난 인간들   소리를 들었던 이들은  소리를 율려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우주의 음악은 어떤 이름으로도 담을  없을 만큼 완벽한 음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빅뱅 이후 우주의 구성원들은 모두 음악에 맞춰 각자의 춤을 춰가며 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5천만   우주의 지구화가 시작되면서 새들은 급격히 우주의 음악을 듣지 않게 되었다. 혼자서만 빛과  독점하겠다는 탐욕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우주의 음율과 리듬에 몸을 맞출  없었기 때문이고, 우주의 음악이 들리는 상태에선 도무지 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어떻게든 상대방을 굴복시켜서 그를 어치운  그가 지니고 있던 태양의 빛과 열을 자신의 몸에 저장하고 배설물과 먹고 남은 찌꺼기마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풀과 나무의 름으로 삼아  많은 빛과 에너지를 확보하는 ! 

 

 만이 지구화된 새들의 유일한 삶의 목표가  것이다. 깃털을 뽑아버리고 공룡이 돼버 새들은 이제 

자신들이 원래 어디서 왔는지, 원래 어떤 존재였는지,  얼마나  세상을 갖고 있었던지  모든 기억을 깡그리 잃어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들이 새였던 시절 우주에서 바라보노라면 지구는 먼지처럼 작았다. 하지만 우주의 음악에 불협하며 공룡이 돼버린 그들은 지구만이 세상  자체라 느끼며 오로지 지 

전체에서 빛과 열이 제일 많은 존재가 되기 위해 하고 하고   했다. 

 

깃털을 뽑아버린  쓸모없어진 날개는 점점 퇴화했다. 가슴팍에 크게 솟아있던  뼈는 점점 작아져 후대 지구에 등장한 인간들이 그들의 화석을 보고 공룡들은 가슴에도 꼬리가 있었나 착각할 정도로 

우스꽝스럽고 보잘 없는 모습으로 퇴화했다. 인간들은 가슴팍에 달랑달랑 겨우 붙어있는   

꼬챙이 같은 뼈를 도무지 날개로   없었다. 깃털을 없애고  뼈를 퇴화시킨 그들은 남들을 물어뜯기 위해 이빨과 입만 유독 단단 키웠고 상대방 누구라도 힘으로 제압할  있도록, 아니 싸우기 전에

이미 상대방의 기를 꺾어 놓으려 몸집만 유난히 키웠다. 빛과 열을  자신의 몸에 쌓아두려 했으니 몸이 

비대해지지 않을 도리도 없었. 아무튼 새였던 공룡들은 좁디좁은 지구에서 자신들의 몸만 팽창시켰는데.. 

….   때쯤이었다!

 

아름다운 소리만을 내며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던 우주가 자신의 소리 이상함을 감지했다. 우주의 소리를 

듣지 않고 우주의 질서에 반하여 빛과 열을 독점하려는 무리들이 나타났다는  자체가 이미 소리에 문제있다는 얘기기도 했다. 조율이 필요했다. 우주는 지난 130   신이 내는 소리에 너무 심취하여 줄이 

느슨해지는 것도 몰랐다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며 빅뱅을 함께 만들어낸 모든 존재들에게 미안했다. 아이쿠야 이렇게나 내가 무심했구나. 줄이 느슨해지는 줄도 모르고 연주했었다는 쑥스러움에 은근슬쩍 늘어진 줄에  조바꿈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이제 와서 조바꿈을 다는 

것은 빅뱅 이후의 조율을 함께 고민했던 모든 빅뱅 참여자들에  배신이었다. 쑥스러움 때문에   

미안함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우주는 바로 조율을 시작한다. 빅뱅 당시 우주의 크기는 지금의 인간들 즐긴다는 야구의 공만 했다.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우주는 도무지 상상조차   없는 크기다. 빅뱅 당시 우주의 팽창을 비롯하여 

빅뱅 벌어질 모든 사건들을 완벽히 계산했다고 확신했었으나 130억년의 간은 완벽마저 무너뜨릴 

만큼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감정에 빠질 없다. 완벽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할 것도 없다. 

허무한 감정과 자책에  시간도 아깝다. 우주는 마음을 잡고 바로 조율에 착수했다.

 

팽창만 하던 우주에 130억년 역사상 처음으로 수축이 일어난다. 수축. 우주 구성원들 모두가 처음 겪어본 

사건이었다. 멀리멀리 달려갈 줄만 알던 빛과 열이 130억년 역사상 처음으로 어떤 벽을 느낀다. 

벽에 부딪 빛과 열의 파동들은 휘어지고 튕겨 반사된다. 잠시 우주가 우르르 들린다. 모든 항성과 

행성들, 먼지들과 암흑물질들이 함께 흔들리며 시금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다만 먼지들과 암석들은 

상대적으로 무거 항성이나 행성에 비해 자신의 자리를 잡기 전까지 조금 길게 우왕좌 좌충우돌 했는데

 !

 

 암석들과 운석들의 좌충우돌은 공룡이 돼버린 새들에겐 엄청난 앙이 되었다. 우주가 흔들리고 모두들 

새롭게 자리를 잡을 무렵 우주를 부유하던 먼지들과 암석들이 부스스 일어났다. 만약 새들이  시간에도

모두 우주를 날아다니고 있었다면 당시 우주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마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먼지들과 

암석들을 피해 새들 또한 이리저리 날아다녔겠지! 날아다니는 먼지들과 암석들은 모두 운석이 되어 저마다

빛을 뿜는 꼬리들을 휘황찬란하게 달고 다녔겠지! 그리고  사이를 리저리 피해 나는 새들의 모습은 

한판의 춤이었겠지! 우주 전체가 번쩍번쩍 샹들리에 휘휘 돌아가는 춤판이었겠지! 조율은 불편한 사건이 

니라  자체로서 이미  축제였겠지!

 

그러나 …. 모든 우주 구성원들에게 축제였을 우주의 조율은 지구들에서 이전투구를 일삼는 공룡들에게는 

일대 재앙이 되고 말았다. 빅뱅 이후 우주의 가장 중요한 질서가 무엇이던가? 관성이다! 스스로의 으로는 

발진과 정지가 불가능했던 먼지들과 암석들은 처음에 힘을 받은 반대방향으로 끝없이 날아가야 했었고 

이들이 운동을 멈출  있는 일한 길은 충돌뿐이었다. 이루 헤아릴  없는 먼지들과 암석들이 우주

전체를 쏘다니던  시절 지구형 행성들에선  대폭발과 대화재가 어났다. 적당히 분포돼있던 수소는 

 자체가 폭발물이었고 수소 이상으로 많이 분포돼있던 산소는 기폭제로서 충분했으며 가장 많이 분포돼있던 질소는 풀과 나무의 형태로서 화재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이유 문에  시절 폭발과 화재는 다른 

행성들에 비해 유독 지구형 행성들에 빈번했다.

 

 얘기를 듣고만 계신  너무 지루해 보이시는 군요까아악. 제가 쯤에서 퀴즈를 하나  드릴테니 한번 

맞춰 보세요오까아악. 아까  님께서 제게 했던 질문을 그대로 하겠습니다요오까아악.  정도 얘길

들었으면  저희같이 작은 새들만 살아남았는지 아실  있겠죠오까아악? 황홀경에서 아직 헤어 나오질 

  것일까? 아니면 까치의 얘기에 너무 심취했던 것일까? 나는 까치의 질문에 도무지 답을   

없었는,  머리 보다 한참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까치 얘기를 듣던 황이  시작한다.

 

까치야, 너는 우리에게 너무 뻔한 질문을 하는구나! 너희들이 깃털을 유지한    있었던  너희의 

몸집이 너무 작았기 때문일 거야. 마도 큰 새들은 몸집이 작은 너희들을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겼었겠. 너희들을 먹어봐야 너희에게서 얻을  있는 빛과 열이 적었고,  스스로도 깃털을 

뽑아봐야  깃털로 만들  있는 흙이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거야.

 

! 황이는 몸만 나보다   아니었구나!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15천만년의 변화를 황이는 

모두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황홀경에는  혼자만 빠져있었던  아니었을까? 문득, 황이가 달리보이기 시작하는데, 황이는 지난 15천만년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었다는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이가 정답을 얘기할 것이라 무지 예상치 못했던 까치도 자신의 이야기를 잇지 못하고 나와 함께 이의 얘기를 듣는다.

 

작은 새들에게 지구로 날아드는 운석과 그로 인한 폭발과 화재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큰새들에게  사건 재앙  자체였다. 그들이 여전히 새였다면 그깟 날아드는 운석들

이야 춤추듯 피할  있었을 것이고 불이  지구를 잠시 떠나도 그만이었으나,  자업자득 자업자득! 

큰새들은 이미 새가 아니었고 더군다나 너무나 비대해진 몸집으론 잽싸게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기에 운석

체에 맞아죽는 공룡들의  또한 엄청났다. 맞아죽고, 폭파된 나무와 들의 파편에 찔려죽고, 불에 

타죽었는데, 죽어가던 공룡들은 유독  명소리만 드세었다. 끼룩끼룩 끼루루룩 끼룩끼룩 끼루루룩. 

 전체가 춤의 축제를 벌이던  시절  아름다움을 뽐내며 잘난 체하던 지구들 10조개의 

아수라장이었고 10조개의 불지옥이었으며 10조개의 소음이었다. 끼룩끼룩 끼루루룩 끼룩끼룩 끼루루룩. 

 대목을 읊어주며 이는 죽어가던 새들, 아니 공룡들을 대신하여 끼루루룩 거리는데, 눈물마저 뚝뚝 

떨군다.

 

끼루루룩  소리 어찌나 구슬프던지 나는 황의 품이  젖도록 눈물을 흘리고 나를 바라보던 까치 또한 까악까악 눈물을 쏟는다. ! 새들이여 그대들은 어찌도 그리 바보 같았는가? 안타까운 마음은 어느새 분노가

된다. !  바보들아. !  바보들아. 우주의 음악에 맞춰 살아도  않았더냐! 우주의 음악에 맞춰 

살던 때가 훨씬 신나지 않았더냐! 때도 우리는 빛을 맞았고 열도 쪼였었다!  바보들아 그게 충분치 

않았더냐! 분노는 하염없이 눈물 되어 쏟아지는데, 나를 안고 있던 황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한다.

 

봉아, 너와 내가 황홀경에 빠져들었던  순간 황홀경에 빠져 있었던 새가 우주 전체에 우리 말고는 

없었을까?  그렇지 않을 거라 확신해. 우리를 재앙에 빠트린 지구화 속에서도 몸을 보존했던 친구들이 

우주 딘가에서 우리들이 그러는 것처럼  새들을 찾아다니고 있을 거야.  짐작이 아니야. 나는 

지금 분명히 그들이 느껴지거든. 

 

어쩐지 지난 15천만년 동안 내가 살아있을  있었던 것도 모두  덕인 것만 같다. 운석이 우리 

자리만 피해서 날아다녔을  없었을  …. 아마도 황이는 날아드는 운석들을 나를 안은  피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야. 고마운 나머지 황이를  안아주려 하는데, ! 역시 황이 크긴 크다! 날개를 

아무리 널리 펴도   쌍의 날개는 여전히 황의 품안에서만 허우적거릴 뿐이다.

 

 새시여, 그대 몸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대 애인에 비하니 그대는  작사옵니다까아악. 혹시 애인이 

아니고   새님이 혹시 그대 어머니가 아니신가요까아아아아악깍깍깍. 그대는 혹시  보다도 어린 

마새가 아니신가요까아아악깍깍깍깍깍깍. 황이를 안아준다는 것이  눈에는 황이에게 매달려 

버둥거리는 꼴로만 보였는지 까치는 황이 꾸루룩 소리에 맞춰 언제 그리 구슬피 울었었냐는  끽끽끽끽 깍깍깍깍  주위를 뱅뱅 돌며 배꼽을 잡고 웃어젖힌다. 이거야 ,   면이 말이 아니다.

 

, 까치야  또한 지구화 이후로 내내 지구에만 있었느냐? 혹시라 우주 어디에선가 아직도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리같이  새들을 적이 있느냐? 나는 구겨진 체면을 조금이라도 만회해보고자 어느 때보다도 

근엄한 목소리를 내어 말을 했다. 특히  발음할  다른  소리보다도 또렷이 발음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내가 상대하고  까치가 누구더냐. 그럴 필요가 있었건 없었건 간에  열화와 같던 

구화 바람 속에서도 새로서의 자신을 잃지 않고  지구의 대재앙 속에서도 살아남은 새가 아니더냐.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여간 닳고 닳지 았을  없는 새다. 내가 자존심이 구겨져 크다 강조하는 것 

까치 어찌 모를 소냐.

 

까르르깍깍깍 까르르깍깍깍 어련하려구요 크고크고크고크고크으은 새시여 까르르깍깍깍 까르르깍깍깍. 

까치는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깍깍 깍깍깍 더더욱 배꼽을 움켜잡고  주위를 빙빙 돈다. 어이쿠,   말을  섞다가는 본전도  뽑겠다 싶어 나는 얼른 본론으로 들어갔. 그래, 봤다는 것이냐  봤다는 것이냐? 나는 근엄함을 거두고  단어는 완전히   까치에게 다시 물었다. 지구화 이후 직접 적은 없습니다까아악. 다만,  새들을 봤다는 얘기는 들어봐습니다아까아악. 약아빠진 녀석이다.  이상 나를 놀려봐야 좋을  없다는 것을 고는 까치 또한 바로 진지하게 답을 한다.

 

정말로 큰새들이 있다고? 누가 그런 얘길 네게 해주었더냐? 까치의 답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나는 재차 

묻는다.  같은 까치와 까마귀들 중에는 큰새들을 봤다 얘기하는 치들이 있답니다까아악. 그래? 

 치들 어디서 큰새들을 봤다더냐? 아니 이렇게 물을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까치들과 

까마귀들을 만나게 해줄  있겠니? 글쎄요. 지금 당장은 곤란합니다까아악.  두어  기다리시면 

만나실 수도 있지만  또한 확답을 드리긴 어럽습니다요오오까아악. 이제 두어  후면 석이라 저는 

견우성과 직녀성을 잇는 오작교를 지으러 우주로 나가는데,  때엔  우주의 까치들과 까마귀들이 모 

오작교 공사장에 모인답니다아까아악.  까치들과 까마귀들 중에  새들을 봤다 얘기하던 치들을 본적은 있습니다아까아악. 허나, 그 넓은 공간에 모여 있는 수 많은 까치들과 까마귀들 중에서 그 치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까아악. 그렇게 까불대던 까치도  대목에서만큼은 나와 황이 눈치를 

흘끗 보며 풀이 죽는 기색이다.

 

괜찮다 까치야. 올해  찾으면 내년에 찾고  때도  찾으면  년에라도 찾으면 된다. 아무튼 계속 

찾으면 된다. 15천만년이나 잠을  내가 그까짓    기다리겠느냐. 속으로야 정말로  찾으면 

쩌나 불안함이 없는  아니나 나는 까치에게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이때다 싶어 더욱 

의연하게 말을 하며 황이를 올려다봤다. 황이 또한  말이  근사하다 느꼈는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어느 보다도 꼬옥 품에 안아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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