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름을, 나는 겨울을>
조성권
우리가 다른 것 중 제일 큰 하나는 좋아하는 계절이 다르다는 거였다.
나는 뜨거운 여름만 되면 온종일 몸이 쳐져 힘을 못 쓴다.
예전에는 꽤나 여름을 잘 견뎌낸 것 같은데 말이다.
반면 그대는 겨울이 힘들다고 했다.
겨울만 되면 잠이 쏟아지고 뼈까지 아프다곤 했다.
그렇다면 우리 이렇게 하자.
봄에는 둘 다 힘들어하는 게 없을 테니 마음 다해 사랑해보자.
재지 말고 아끼지 말고 쓸 수 있는 마음 다 써 사랑해보자.
그러다 꽃이 지고 여름이 오면 그대가 내 곁에 와주라.
나는 가벼운 옷차림 하나로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가을에는 내가 알레르기로 힘들긴 하지만 봄이랑 비슷한 거쯤으로 해
두자.
낙엽 지고 겨울이 오면 내가 그대 곁에 더 많이 다가가 눈 앞에 서겠다.
그대 눈앞에 내가 발맞춰 서면 나 한번 꽉 안아주라.
나는 그거면 된다.
이렇게 변치 않는 12번의 계절이 지나면 내 손 잡고 걸어가자.
우리 이렇게 함께 사계절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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