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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4호

소나무집 할아버지와의 짧은 대화

이연수

 

 

 

“예전에 저 아래 아리랑시장에서 여길 올라오려면 개천을 세 개나 건너야 했어 …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살게 된 거지. 그래서 예전에 여기 이름이 집 뒷말이었어. 

집들 뒤쪽에 있는 데라고 …. 이 집이 내가 등짐지어다가 혼자 지은 집이라 많이 부실해… 

아내가 나 만나서 참 고생이 많았지, 지금도 불편한 집에서 사느라고 고생하는 중이고.”

 

 

정수초등학교 담벼락 아래쪽으로 커다란 소나무가 마치 알을 품고 있는 어미 새인 집을 포옥 감싸 

안고 있는 작은 집이 있다. 작은 집의 옥상은 소나무의 커다란  아래 아주 느긋하고 편안해 보인다. 

 집에는  집에서 나고 자란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다. 소나무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정릉에서 사셨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강이  좋으셔서 할아버지와  시간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잠깐의 대화를

통해 할아버지 인생과 정릉의 세월을 살짝 엿볼  있었다.

 

 

“소나무는 우리 아버지가 심으셨어, 세 그루였는데 지금은 두 그루만 남아있지. 

내가 막걸리 뿌려 줘가며 정성을 많이 들였어. 지나는 사람들이 많이들 물어봐. 

우리 집 옥상에서 삼겹살 한번 구워먹자는 사람도 있고, 집을 다시 지어줄 테니 소나무를 통째로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어. 그런데 그런건 내가 싫어서 안 해”

 

 

“저기 저 아파트 있는 자리가 원래는 산이었지. 은사시나무가 많은 산이라 동네사람들이 가서 

놀곤 했었는데 산을 깎아내고 아파트를 지은 거지, 그 때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

지금은 되려 아파트 주민들이 우리들더러 지저분하다고 싫어하는 것 같아.”

 

 

“나는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서 그저 열심히 몸을 쓰며 살았지! 

그 덕에 여기 저기 아픈 데가 많아. 보면 공부 많이 한 노인들은 훨씬 젊고 아픈데도 없는 것 같아.”

 

 

“저 앞에 있는 집이 우리 형님 댁인데, 지금은 비어 있어. 형님은 돌아가시고 조카도 몸이 안좋아서 …. 

이 땅도 형님 땅인데, 우리가 이것저것 심어서 먹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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