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마을잡지 '정릉야책 여름호'가 나왔습니다. 올 여름호는 예년의 여름호 보다, 두껍게 만들어졌습니다. 글을 기고해준 분들이 많았단 얘기입죠. 기고된 글이 많았았다는 건, 기존에는 다루지 못했던 얘기들이 보다 많이 다루어졌단 말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총 스물 한개의 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시가 두 개가 실렸고 소설도 하나 올라왔네요. 물론 지난 호에도 '야책 문학상'을 통해 시와 수필이 올라오긴 했으나, 올해부터는 앞으로 계속해서 정릉야책을 채워 줄 동네 시인과 동네 소설가가 발굴됨에 따라 문학으로서 하나의 독립된 섹션을 구축하게 되었다는 게 뜻깊네요. 새롭게 구축된 문학 섹션을 기반으로 전국 잡지가 되는 꿈을 꾸어봅니다.
새로운 섹션이 만들어진 것 이상으로 기분 좋은 사건도 있네요. '운동 오지라퍼', '뜬금 여행기', '정릉문학' 등 기존에 있었던 꼭지들이 호에 호를 거듭하고 있군요. 운동을 통해 건강과 몸매를 회복해가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어느 날 문득 궁금한 곳이나 추억의 장소를 뜬금없이 찾아가고, 잊히고 있는 정릉의 문인들을 다시 알려주는 일들은 계속해서 '정릉야책'이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이번 호 탐방과 인터뷰 섹션인 '시시콜콜'에서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술가와 삶이 예순인 활동가 그리고 이제 막 예술간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젊은 예술가들의 얘기와 더불어 오랫동안 재단에 맞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동구여중 학부모를 만났습니다. 대부분이 유행을 좇고 힐링 만을 추구하며 나약해져 가는 이 사회에서 고집스레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우당퉁당 '스윗스윗' 깨를 쏟아내는 20대 신혼부부의 이야기와 보드카 일병 마시겠다고 무작정 러시아를 다녀온 20대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갖는 기성세대들의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는지 깨닫게 되고, 10대 아이들이 자존감, 자존심, 착함, 선함, 사실, 진실, 순수, 순진 등의 낱말들을 자신들의 느낌으로 풀어낸 사전을 읽노라면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10대 때는 모두 철학자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10대들이여, 나이 들어서도 늘 철학자로 살아가길!
영화 얘기도 두 편이나 실렸네요. '야책'에서 매달 모았던 독립영화들에 대한 감상문과 영화를 통해 '서프러제트'운동을 소개해주는 글은 단순한 감숭문과 비평이 아니네요. 읽는 이로 하여금 삶과 사회엥 대한 고민을 요구합니다.
대화와 소통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한의사가 직접 전해 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좋은 대화와 소통의 방법들도 소개해주는데 유쾌하게 읽힙니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도 대화와 소통을 복원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네요. 이 글은 자본주의 사회가 너무나 사람의 얘기만 들으라고 자연에 강요한 것에 대한 반성과 지구와 우리 후손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가득합니다.
전등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자연과 내면을 만나는 글과 숲 해설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세세한 감정을 담아 풀어 놓은 글을 읽고 있으면 우리의 마음에도 어느새 전등사의 밤하늘 별빛들이 의미 있게 다가오고 북한산의 이름 몰랐던 풀과 나무들이 명찰 하나씩 달고 자리를 잡는답니다. 정릉에서 태어나 정릉에서 36년을 살다가 처음 다른 곳으로 이사를 떠나는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 놀던 정릉 일대를 회고하며 쓴 글에서는 장롱 깊숙이 간직해둔 앨범의 먼지를 털며 들춰보는 흑백사진처럼 우리의 마음을 모두 각자의 어린 시절로 데리고 가네요.
'호박이넝쿨책'이 처음 '유료로 정식 극장에서' 올린 낭독공연에 참여했던 배우가 쓴 글도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합니다. 직업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대본 해석부터 소소하게는 날씨와도 싸워가며 만들어낸 공연 이야기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연극 대본 같네요.
이번에도 글쓴이들은 대부분 동네의 청년학생들이고 아줌마 아저씨들입니다. 직업작가가 될 기회와 시간이 없었을 뿐이지, 기고된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릉야책을 채워준 분들은 이마 모두 작가로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앞으로도 정릉야책이 이미 작가인 모든 분들에게 재미난 놀이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정릉야책 2019 여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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