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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3호

안톤 체홉 단막극 공연*을 마치고

글 허영미

 

 

 책이 좋아 시작한 책 읽기 모임에서 희곡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한 권씩 읽어 가던 중 어느 날부터 초대 받아 시작된 낭독 공연. 동네 책방에서 작게 시작한 희곡 읽기 모임은 낭독 공연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세익스피어의 『오델로』, 『한 여름 밤의 꿈』, 그리고 『사막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등. 그러다가 지난 3월에는 소극장을 빌려 안톤 체홉의 단만극 세 편을 낭독극으로 올리기까지 했다.


 동네책방 테이블에 모여 앉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 작은 낭독모임이 학교운동장에서 시작해 경전철 역 작은 공간, 동네 도서관, 다른 동네의 작은 도서관등에서 낭독 공연을 하게 되었다. 대단하지 않아도 큰 박수와 칭찬으로 맘이 뿌듯했던 순간들이 참으로 행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공연장 무대에 서게 된 것이었다.

 

 이번 안톤 체홉 단막극 공연은 「재판전날 밤」, 「청혼」, 「곰」,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어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한 작품을 다 같이 해서 몰랐던,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선의의 경쟁심이 보이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함께 출연한 선생님들과 두 달여의 연습 과정을 보내며 웃기도 긴장하기도 했던 뜻 깊은 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어 긴 시간도 아닌 일주일에 한 번 모여 2-3시간 정도 연습했다.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할 것 같아 걱정도 했었지만,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 멋진 추억이 생각나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몸으로 연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 못지않게 목소리 하나로 멋지게 낭독 연기를 해 낸 열정적인 동료들이 있었기에 성황리에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아주 재미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작은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였지만, 우리에겐 큰 무대였다. 우리의 우려와 달리,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전석 매진이었다. 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려 되돌아가신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우린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낭독극이 아니라 제대로 연극을 해보자고도 하지만, 낭독공연 만으로도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연습 때 보다 잘 해서 빛을 발할 수 있었고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함께 출연한 모든 출연자 분들과 스태프 분들 그리고 도움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쌀쌀한 3월 비 내리는 토요일  
 공연을 마치고

 

 

 

*) 호박이넝쿨책_야책의 희곡 낭독 모임은 지난 3월 30일 극장 '봄'에서 안톤 체홉 단막극 세 편 - 「재판전날 밤」, 「청혼」, 「곰」 - 낭독극으로 공연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정릉야책' 속해 있으며 무단 도용 및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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