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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3호

2019 야책문학상 - 2

연날리기

 

이혜성

 

가늘지만 질기게 엮인 실
높이 날 수 있게 오래오래 감아주자
꿈을 담아 애정을 담아
실이 겹겹이 쌓여 두꺼워지면
이제 높이 날려보자

 

우리 집 지붕보다 높이
앞마당 소나무보다 높이
우리 학교보다 높이
어느새 내 온몸은 저 하늘 향해 연을 향해

 

높은 곳에서 보는 우리 동네는 어떠냐
거기선 내가 작게 보이겠다
너의 꼬리보다 작게 보이겠다
우리는 오늘도 신나게 동네 산책을 한다

 

바람 부는 날
너랑 나랑 또 놀러 나가자
오늘도 높이 오른 너는 신이 나 춤을 추고
나는 너를 보면서 달려
나도 신나게 달려

 

어느 날 가지가 복잡한 나무에 네가 걸려
꼼짝달싹 못할 때
나는 너를 불러보지만
너는 계속 먼 곳만 바라봐

 

어느새 밑에 세상은 보지 못하고
멀리 날고 싶은 너를 위해
슬프지만 질기고 긴 실을 끊어준다
그렇게 연을 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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