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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3호

2019년 지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글 고경남

 

1. 가구제작
 내가 재활용, 업사이클, 자원순환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가구제작을 다시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도면작업을 세밀히 하고, 피자 라지 사이즈 정도 되는 원형 톱날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가며 여러 작업을 했다. 작업이란 가구를 디자인하고, 도면을 그려서 사이즈에 맞게 재단을 한 후, 조립하여 마감하는 전 과정을 뜻한다. 이렇게 여러 작업(작품)을 하면서 그때그때 목재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공방에서 접했던 원목에 대한 짙은 향과 이어지는 나뭇결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집성목과의 가격차이가 배 이상 났지만 나는 항상 원목을 선택하였다. 목재를 귀하게 생각하다 보니 동네를 오가다가 골목에 버려져 있는 목제 가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무 아까웠다. 그 나무들이 자란 세월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30년 이상 자란 수종들을 벌목해 만들어졌을 텐데 다리가 삐걱거린다고, 경첩이 빠졌다고, 디자인이 구형이라고 버려진 것들이 많았다. 나는 그때부터 버려진 원목 가구들을 우리 집 지하 창고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버려진 가구에 관한 제보까지 받아 출동을 하였고, 출동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
체해서 목재와 경첩, 손잡이, 못까지 함께 수집했다. 창고는 몇 달 되지 않아 금방 꽉 차게 되었다.


 수집해 온 목재들은 대부분 아주 두껍게 코팅이 되어있었다. 집진시설이 없는 창고에서 방진마스크 하나에 의존해 샌딩기를 들고 코팅을 갈아냈다. 그때 공방선생님께서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 하는 것도 좋지만 제2의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폐목재를 재활용, 재사용하기 위해서 또 다른 제2의 쓰레기(환경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 일까? 또 다른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수집활동을 멈추었다.

 

2. 업사이클
 최근 몇 년 사이 버려진 것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를 담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이 신조어로 떠올랐다. 나 또한 최근 몇 해 동안 목재뿐 아니라 플라스틱, 철재, 유리병, 자전거, 종이박스 등의 버려진 것들로 업사이클링하는 활동을 해왔다. 버리지 말고 새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업사이클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활동들은 어쩌면 하나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 활동에 함께 참여했던 분들께는 충분히 가치를 전달하고, 인식의 전환을 일으켰던 활동이었음은 인정받고 싶다.

 

 나 같은 개인이 그래도 환경을 생각하면서 적어도 미래의 후세대들에게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라도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제2의 쓰레기를 생산했다고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작업들을 계속 해오면서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질문 또는 의문이 있었다. 제2의 쓰레기에 대한 고민을 포함해서 내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다 개인 차원의 실천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플라스틱과 우유팩을 깨끗이 닦고, 씻고, 자전거 휠과 체인의 기름때를 닦아가며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들 어디까지나 개인의 활동으로 그치고 만다. 얼마나 미비한 활동들인가! 금방 지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의 한계가 너무 빤히 들여다보인다. 그렇다면 또 멈추어야 하나?

 

 우리의 이렇게 작은 활동들이 탄력을 받으려면, 운동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운동? 너무나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 대체에너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얼마만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알게 하는 운동, 그리고 거의 제재를 받지 않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생산을 멈추지 않는 이 사회의 기업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그러한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이미 열쇠를 손에 들고 있다.

 

 그러나 나 개인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새롭게 전환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조금 비싸더라도 유리병에 담겨진 제품을 선택하는 일,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료를 선택하는 일,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일, 차를 두고 조금 더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 분리수거를 철저히 올바르게 하는 일, 한여름 실내 온도를 적정온도로 유지하는 일,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인지 살피고 물건을 구입하는 일, 삶의 주체인 나 스스로가 삶의 방식을 이제는 결정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일들은 더 이상 환경단체, 환경운동가들만의 몫이 아니다. “지구가 아파요!”라는 캠페인이 이제는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이제야 나도 아주 조금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 한 것 같다.

 

3. 16세 소녀
 2018년 스웨덴에 살고 있는 한 중학생 소녀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 보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과 더불어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질타하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수개월 간 매주 금요일에 등교 거부를 하며 “인류의 멸종을 막으려면 기후변화를 멈추게 해야 한다. 정부는 즉각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그리고 한 영상에서 그 소녀는 이렇게 말한다.

 

 “2018년 10월 23일 ‘몇 몇 사람들은 우리가 이 자리가 아닌 학교에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우리가 ‘기후 학자가 되도록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게 우리가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기후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진실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정신을 차리고 변화 하는 것 입니다. 위기를 알리지 않는 모든 언론들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 ‘척’ 한 모든 정치인들, 당신들의 침묵은 죄악입니다. 다가오는 세대들의 미래는 당신의 어깨위에 있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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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살 중학생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Rhunberg)의 겨자씨 같은 작은 외침이 뉴스를 타고 프랑스·독일·일본 등 40여개 국가로 퍼졌다.

 

 또한 2018년 말 폴란드 남부 카토위체(Katowice)에서 개최된 지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각국 지도자들을 앞에 두고 기후변화에 대해 열변을 토한 내용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거론되었다. 이후 다보스에 입성한 툰베리는 자신의 트위터(Twitter)에 동영상 메시지를 게시하고 COP24 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침착한 모습으로 기업과 정책 결정자를 향해 현실적이고 대담한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당부하며 “당신들이 기후변화를 위해 즉시 일어서 준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저는 당신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라고 덧붙였다1).

4. 우리의 현실

 너무 부끄러웠다. 중3, 16세 소녀가 저 먼 나라에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 정치인들을 질타하는 발언의 영상을 보며 더 이상 고민하고 주저하면 늦을 것 같은 조바심이 생겼다. 나 혼자 알고 나 혼자 실천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정말 이제 운동이 되어야만 바꿀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2019년 여름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스웨덴의 연평균 기온은 16.3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34도라는 폭염이 260년 만에 찾아오고, 오랜 가뭄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며, 만년설이 녹아내려 산의 높이가 줄어드는 등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상이변을 경험을 하게 된 16세 소녀 크레타 툰베리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을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지금 미래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라는 눈물어린 호소와 함께 거리로 나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인구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세계 2위다. 전기를 물 쓰듯이 쓰고 있다늠 말이다. 사용하는 만큼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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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각종 에너지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플러그만 꼽으면, 수도꼭지만 틀면, 밸브만 돌리면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들의 생산지는 바로, 저 아래, 아래 지방에 있는 발전소들에서 공급이 된다. 생산은 없이 소비만 전체의 31%를 하고 있는 서울시민은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원전 옆에 살면서 원전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건강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 저 아래 지방에 살고 있는 아기들에게, 청년들에게, 시민들에 게 너무 죄송스럽다. 이 글을 읽고 최소한 몇 명이라도 지구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자신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작지만, 티 나지 않지만, 자신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1) 출처 2019.5.13. 세계미래신문 장영권기자 기사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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