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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3호

2019 야책문학상 - 4

서프러제트(Suffragette)1)와의 대화

 

김해경

 

 

이 글은 영화 <서프러제트>의 줄거리를 먼저 살펴보면서 여성들의 참정권 획득 을 위한 항거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 시대 여성들이 처해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분석해 본 후, 내가 영화 속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한 가상의 대화를 상상해보는 것으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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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피의 항거
 주인공 모드 와츠는 세탁공장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고 기르던 평범한 주부였다. 그녀는 4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고 아버지는 누군지 모른다. 7살 때 세탁공장에서 시간제로 일했으며, 12살에 정규직이 됐고, 17살에는 세탁소 팀장을 맡았으며, 20살에 감독이 됐다. 현재는 6살가량의 남자 아이를 키우는 24살의 엄마이다.


 어느 날 세탁공장 동료가 수정법안이 통과되면 투표권에 변화가 생긴다며 자신이 발언하기로 한 곳에 참여해 달라고 한다. 모드는 그곳에 참석하기만 한다고 했다가 동료가 다치는 바람에 발언을 하게 된다. 모드는 다림질을 아주 잘하고 손기술도 뛰어나고 남자들보다 3분의 1가량 더 일을 하지만 1주일에 13실링을 받는다. 반면 남자들은 1주일에 19실링을 받는다고 발언을 한다.

 

 발언 이후 여성 참정권 법안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강제해산당하고 경찰들의 폭력을 당했다. 또한 세탁공장에서 해고당하고 남편으로부터 쫓겨나 더 이상 아들을 볼 수 없게 되었고 급기야 남편은 아들을 다른 집에 입양 보낸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억압을 받았던 평범한 여성들이 이에 분노하여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해 피의 항거로 맞서 싸우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1.3cm 한 칸 위의 시민 권력을 찾기 위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실제로 목숨을 걸었다. 민주주의가 발전했던 영국에서조차 여성은 민주주의 대상에서 소외됐다.

 

 영화 <서프러제트>의 말미에 1913년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이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국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었다가 두개골 골절로 사망한 사건이 나온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에 여성의 참정권이 이슈화 되었고 영국에서 마침내 1918년 30세 이상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인정되었고 1925년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가 인정됐으며, 1928년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여성 참정권은 1893년 최초로 뉴질랜드에서 인정되었다. 1906년 유럽 최초로 핀란드에서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됐고 이후 노르웨이, 덴마크, 소비에트연방, 캐나다 등지에서도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했다. 미국은 1920년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고 참고로 미국 흑인 남성들에게는 1870년 참정권이 인정됐다. 최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
 영화 <서프러제트>는 여성들의 참정권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도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말해 준다.

 

 첫째, 여성의 재산권 문제이다. 영화에서 호튼 부인도 시위를 해서 감옥에 갇힐 위기에 처하지만 남편이 와서 보석금으로 2파운드를 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호튼 부인이 남편에게 다른 여성들의 보석금도 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남편은 이를 거절한다.

 

 호튼 부인이 남아 있는 파운드가 실제로는 자기 돈이니 같이 잡혀 온 다른 여성들에게도 보석금을 내주라고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돈의 법적 소유자는 남편이라고 말한다. 보석금을 낼 형편이 되지 못하는 모드는 감옥 생활을 한다.

 

 여성의 재산권과 관련된 것은 1813년 출간된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영국 작가 1775~1817)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에서도 나온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 집안은 남자 형제는 없고 다섯 자매만 있다. 그 당시 영국의 ‘상속법’에서 여자는 집안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베넷 부인은 딸들을 부유층 집안에 시집보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둘째, 여자 아동노동 문제이다. 12살 가량의 매기는 모드가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세탁공장에서 일을 한다. 뜨거운 다림질로 인해 화상의 위험이 있고 공장안에는 가스가 가득해서 두통과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위험한 환경에서 매기와 같은 아이들의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셋째, 여성차별이다. 모드는 남자들보다 3분의 1가량 더 일을 해도 1주일에 13실링을 받지만 남자들은 1주일에 19실링을 받는다. 또한 퇴근 후에는 가사일과 양육을 도맡아 한다. 영화 속 엘렌 부인은 의사가 꿈이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아버지가 반대해서 그 꿈이 좌절된다. 대신 약국을 하는 남편을 만나 환자를 진찰하는 일을 한다.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 영국 작가, 1882~1941)는 아버지처럼 케임브리지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포기해야 했다. 1948년이 되어서야 케임브리지대는 여학생 입학을 받아들인다. 비록 울프는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하지 못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열심히 읽고 문인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고 출판 일을 하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넷째,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모드의 세탁공장 동료는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다. 또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이 여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특히 감옥에서 단식을 하는 모드에게 교도관들이 강제적으로 우유를 주입한다.

 

 또한 미성년자인 매기는 세탁공장 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모드 또한 어릴 적에 사장으로부터 수차례 성폭력을 당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모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서 세탁공장에서 매기를 데리고 나와서 호튼 부인에게 매기가 잘 하는 일들을 알려주고 호튼 부인 집에서 매기가 일할 수 있게 한다.


 1912년 영국 사회는 출산, 양육, 가사 일은 모두 여성의 몫이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의 노동도 해야 했다. 더욱이 자식에 대한 여성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았고 노동과 교육, 재산권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차별과 소외를 당했다.


만일 영화 속 인물들을 만난다면.......

 

나 : 건물의 유리창을 깨거나 우체통을 폭파하는 등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 사건과 같은 투쟁방식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에밀린 팽크허스트2) : 참정권을 위해 1천 명 이상의 여성들이 감옥에 갔으며 위의 투쟁방식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나 : 모드가 재판정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용기를 갖고 발언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제 해산하고 폭력을 행사하여 오히려 모드를 비롯한 서프러제트에게 언론과 사회에 주목받기 위해 폭발력 있는 사건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엘렌 부인 : 명석한 두뇌와 의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살아야 했습니다.


모드 : 어릴 적부터 일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나 세탁공장에서 성추행을 당하며, 언제 가스중독으로 병에 걸릴지 모르고 그나마 그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한 노동자입니다. 단지 제 처지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을 뿐인데 오히려 가정, 이웃, 공장에서 비난과 멸시를 받았습니다. 더구나 아들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어서 사랑하는 아들을 빼앗겼습니다. 만약 제게 딸이 있었다면 제 딸도 저와 같은 인생을 똑 같이 살아야 했을 겁니다.


나 : 그래서 매기를 보고 그냥 놔둘 수 없어서 세탁공장에서 데리고 나와 호튼부인에게 데리고 간 것은 너무 잘 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매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을 겁니다. 제가 1913년 영국에 있었다면 아마도 감옥에서 나온 서프러제트들을 케어 하는 일을 했을 겁니다. 조합에서 서프러제트를 위해서 임시거처와음식등을제공할수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모드 직장 동료(매기 母) : 저는 임신을 한 상태여서 더 이상 참여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드 :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이를 이해해 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만큼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나 : 저도 모드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과격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받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시정되기를 바라지만 여성이 아니면 여성의 고통을 알지 못 해서 여전히 조용히 참고 살라고 합니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어쨌든 울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프러제트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울 것입니다.

 

 아주경제(2019.7.1.)에 따르면 여성 월 평균 임금은 지난 2013년 203만3000원, 2014년 209만2000원 2015년 211만9000원 등으로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남성 월 평균 임금(356만2000원)에 비하면 여성 임금은 68.8%에 불과하다.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 고위직의 여성 비율, 성차별적인 언어, 문화 등에서 아직도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영화 <서프러제트>의 모드와 엘렌부인, 에밀린 팽크허스트와의 만남을 통해서 성평등이 실현될 때까지 여성들의 함성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1)Suffragette는 참정권을 의미하는 suffrage에 여성을 뜻하는 접미사 -ette를 붙인 말로 20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여성 참정권 운동, 운동가들을 뜻하는 말이다. 원래는 서프러제트를 이끈 시민운동가 에밀린 팽크허스트와 1903년 그녀가 결성한 여성사회정치연합을 <데일리 메일>에서 경멸조로 표현한 말이었다. 

[출처]받은 것이 아닌 이뤄낸 참정권에 대하여:영화서프러제트(suffragette)|작성자전북선관위

 

2)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끈 시민운동가. 1903년에 여성사회정치연맹(WSPU)을 설립해 어느 정당에도 의지하지 않는 독자적인 운동을 펼치기 시작하며 ‘서프러제트’라는 명칭을 얻었 다. 팽크허스트가 진두지휘한 서프러제트는 가두시위와 날 선 연설, 유리창 깨기, 방화, 단식 투쟁을 서슴지 않았고 구타, 체포, 투옥, 고문 에도 움츠리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1918년 30세 이상의 영국 여성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1928년 팽크허스트 사망 직후, 영국 정부는 투표권을 21세 이상의 모든 여성에게 확대했다. 

출처 :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우리시대 여성을 만든 에멀린 팽크 허스트 자서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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