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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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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를 찾아서 채종현 “칭따오 맥주 먹고 싶다.” 단순히 그 이유였다. 텔레비전에서 ‘양꼬치엔 칭따오 가고’ 하는 맥주 광고를 보다가 칭따오 맥주가 먹고 싶어졌고, 아내와 나의 청도 행은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됐다. 비행기와 호텔을 알아보는 과정도 인터넷으로 하루 만에 오케이. 그래, 이렇게도 떠나보는 거지 뭐. 2시간이 채 안 되는 비행이었다. 오후에 타서 오후에 떨어지는 시차도 없는 짧은 거리에 만족하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중국인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뭐라고 뭐라고’ 한다. 썩 잘하지 못하는 영어로 억양을 섞어 말하니 정말 ‘뭐라고 뭐라고’라고 들리는데, 그 와중에 ‘택시’라는 단어를 듣고는 아, 택시 타는 곳을 알려주는 서비스인가 보다 하고 아주머니를 따라 나섰다. 승강장에 가니 택시 기사가 아..
마을 in 놀•일•터 정다운 요즘 새로운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면 나는 스스로를 ‘놀이활동가 또는 마을활동가’라고 소개한다. ‘마을활동가’라는 단어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참 생소했는데 이제는 스스럼없이 이 이름을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10여 년 가정에 머물다 보니 경력이 단절되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이제 ‘다시 일하고 싶다, 사회로 나가야지’하고 여러 길을 찾아보았지만 이곳저곳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무리 의욕적인 사람이라도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게 되면 움츠려들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놀이큐레이터 교육을 받았다. 책 읽고, 공부하는 생활에 익숙한 나에게 몸을 움직여 활동을 하는 놀이는 처음에는 참 낯설고, 생소했다. 그런데 놀이를 배워갈수록 몸과 마음이 생생히 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이것은 마치..
일상의 행복 세 편의 짧은 이야기 김채영 일거양득 = 일타쌍피 “엄마, 감자 삶아 주세요!” 기쁨이의 주문. 엄마도 좋아하는 찐 감자! 기쁨이는 엄마 닮았구나! 엄마는 고구마보다 감자가 더 좋아. 엄마는 친할머니랑 시골서 살 때 가마솥 안에 자잘한 찐 감자가 간식거리였어. 동네아이들과 땅 따먹기, 자치기, 비석치기, 술래잡기 등의 놀이를 하다가 언제든 들락거리며 솥뚜껑 열고 먹었던 “동글동글 조그만 감자”가 아직도 생각나! 압력솥에 쪄야 맛있지! 감자를 씻고, 껍질을 벗기고 삼발이를 찾는데 어, 어디 갔지? 삼발이가 안 보여! 냄비에 삶을 수도 있지만 압력솥에 쪄야 더 고슬고슬 맛이 최고인데, 어쩌지? 아이들의 식사가 끝나갈 때쯤 설거지를 하던 엄마 등 뒤에서 기쁨이의 한마디가 엄마를 두고두고 웃게 만들었다. “엄마..
나는 기적을 만났다. 클라라 나는 기적이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어떠한 것 또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내 삶에 기적이 일어난 적도 없었지만 그다지 기적을 바랐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유일한 기억은 어린 시절 예방접종 주사를 맞을 때였다. 학교에서 단체로 이루어졌던 예방접종 주사를 맞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던 바로 그 때, 난 그 자리에서 ‘픽~’ 하고 쓰러져서 그순간을 모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무더운 여름날 학교 전체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느라 전교생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을 때 몸이 약한 학생 한 명 정도는 꼭 ‘픽~’하고 쓰러져 그늘이나 양호실로 옮겨지고는 했었는데 그 상황을 목격할 때면 그 학생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
한결 같음은열정의 또 다른 이름 연극인 차지성을 만나다 김가희 지난 3월 호박이넝쿨책 낭독 팀은 처음으로 극장에서 유료 공연을 올렸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극장 대표 찬스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극장 봄 대표이자 극단 더늠의 차지성 대표를 크고 작은 낭독 공연이 잡힐 때마다 불러서 우리 하는 것 좀 봐 달라고 조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추어들끼리의 모임인 책방 낭독 팀은 동네 도서관이나 축제 등에서 공연할 기회들이 늘어났다. 그럴 때면 공연을 앞두고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답답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잘 하고 싶은 마음에 미안함을 무릅쓰고 차 대표에게 와 달라고 부탁을 여러 번 했다. 무리한 부탁에도 차 대표는 기꺼이 시간과 열정을 내서 우리가 생각한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서까지 배우 한 ..
공유주방 빙그레식탁을 아시나요? 빙그레식탁 운영자 임새벽을 만나다 문지원 ‘빙그레’라는 단어는 오묘하다. 마치 처음부터 미소를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말하는 이의 입가를 올리고 마음에 방긋한 웃음을 실어다준다. 그래서일까, 정릉의 에 대해 들었을 땐 어딘가 아늑함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자연스러웠다. 빙그레? 1차원적이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한 노란색 단지 우유가 떠올랐다. 이 고루한 유머를 시도할지 말지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동명의 바나나 우유 한팩을 사들고 그를 만났다. 임새벽. 그는 정릉 빙그레식탁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임새벽입니다. 정릉 2동 주민이고, 주민이 된지는 4년 정도 되었습니다. 현재는 정릉에 있는 빙그레다방이라는 곳에서 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김진태 회장님에게 듣는 아리랑시장 글 김정훈 호박이넝쿨책-야책이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아리랑시장(정릉역2번출구) 입구였는데 바로 옆집이 시장 상인회 사무실이었다. 그 덕에 상인회에 가입하고 회장님과도 관계를 맺었으나 오며가며 인사나 나누는 정도 말고는 회장님과 더 이상의 관계를 맺지는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회 김진태 회장님과 호박이넝쿨책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끈한 인연이 있었나 보다. 재작년말에 상인회 사무실이 먼저 이전을 했고, 작년 4월에는 호박이넝쿨책 또한 이사를 했는데, ‘엇,’ 이번에도 역시 상인회 사무실이 바로 책방 옆집이었다. 상인회 사무실은 회장님댁에 붙어있는지라 작년부터는 더 자주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회장님 또한 책방 행사에도 한두 번 참여를 해주시고 책방회비도 내주셨다. 나 또한 자연스레 책방에서 진행..
정릉야책 4호_들어가는 말 들어가는 말 정릉의 동네사람들이 모여 첫 잡지를 낸 것이 벌써 만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첫 잡지를 낼 때부터 늘 ‘과연 다음 호도 나올 수 있을까?’하는 같은 고민이 반복되었지만 반복된 고민의 횟수만큼 꼬박꼬박 이 나와줬네요. 더욱이 지난 호부터는 잡지 모임인 호박이넝쿨덩쿨의 동네작가들 외에 새로운 주민 분들의 일상과 인생이 점점 담기기 시작하더니 이번 호에는 더 많은 주민 분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번 호에는 요즘 ‘골목식당’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한 TV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진 아리랑시장에 관한 기사가 두 개나 실렸습니다. 선견지명이 있었을까요? 호박이넝쿨책-야책이 있는 아리랑시장의 김진태 상인회 회장님을 만나서 앞으로의 아리랑시장의 비전과 해결할 과제를 들어보았고 아리랑시장에서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