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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_4호

책과 아이들로 맺어진 관계

동화작가에서 도서관 관장, 마을활동가가 되기까지

 

남경순

 

 

신이문과 석계역 사이, 아파트를 낀 상가에 자리 잡은 <책놀이터작은도서관>은 7년간 

동네 아이들의 보금자리였다. 이 동네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얼마나 부재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책놀이터작은도서관>의 소중함을 알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 작은도서관이 문을 닫는다. 백은하 도서관 관장은 <책놀이터작은도서관>과의 

진 이별을 위해 오늘도 분주하다.

 

 

<책놀이터작은도서관>과의 멋진 이별

 

백은하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석관동에서 자랐고, 결혼 후에도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 새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조카와 자녀의 육아 

위해 운영하기 시작한 도서관. 이제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어 도서관 

 이상 오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이 이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다.

 

 

되돌아보면 도서관은  자체가 기적이었어요. 정말 신기해요. 민간 

운영하는 도서관이  그렇지만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요. 그런데 기하리만큼 

어려울 때면 도와주는 이웃들이 나타났어요. 그렇게 연명하 도서관을 운영해 왔어요.”

 

 

도서관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하고도 아쉽다는 생각은 못했다. 정신없이 

새로 입주할 사람을 위해 공간을 정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하나씩 종료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토요일 암동에 

새롭게 생긴 <느린학습자 마을배움터> 책을 기증하고 나서 서관의 

찌든 때를 닦는 순간, 눈물이 터졌다.  찌든 때에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탓일까?

 

 

세계를 확장시켜 준 <책놀이터작은도서관>

 

도서관은 저의 세계를 넓혀줬어요. 물론 예전부터 책과 도서관을 대로 활동은 해왔지만, 

그때는 작가로 초대받거나 강사로 갔었는데 직접 운영을 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모두 책이라는 공통점은 있었죠. 책을 가운데에 두고 살펴보 작가도 있고, 

독자도 있고, 강사도 있어요. 그리고 독서동아리가  마을활동가도 있죠. 

저는 책과 관련된 아주 작은 세계에만 살았던 였어요.”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마을과 연계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가나 강사로 도서관을  때면 

대우를 받곤 했는데 여기서는 대우는 커 저를 내려놓고 아이들, 주민들, 마을활동가들과 

조율하고 맞춰야  상황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저의 시야가 넓어진  같아요. 

 했다면 후회했을 거예요. 처음 1, 2 동안은 힘들다 말을 달고 살았는데 3년이 넘어서니 

활동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할  있었던  같아요. 마음 좋은 마을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성북작은도서관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김미희, 혜영 선생님을 비롯해서 그림책 동아리 

어머니들은 힘들 때마다  의지 됐어요. 도서관 운영을 멈추더라도 이분들과 도서관 활동은 계속 

어갈 생각이에요.”

 

 

시상식 수상 소감을 말하듯 그녀의 입에서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이름이 거론되었다. 

어려울 때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도서관 운영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이별을 잘하고 싶어 했다.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고 하잖아요. 어쨌든 새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 저한테는 상처였어요. 상처를 안고 도서관을 운영했는데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 상처를 치유해준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싶어요

 

백은하 관장은 2004 충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동화작가이기도하다. 

백은하 작가는 지금까지 25 권의 책을 썼다. 글을 쓰기 위해 장을 그만두고 결혼했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도 글은 꾸준히 썼지만 충분하지 않은 시간에  목마름이 있었다. 

도서관 운영을 종료하기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가로서의 본능이 되돌아온 것이 

  이유였다.

 

 

첫째 아들과 조카가 중학생이 되면서 도서관을 방문하는 발길이 해졌어요. 

 아이들 때문에 시작한 도서관이었는데 뭔가 허전하더라고. 

틈새 돌봄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던 터라 체력적으로도 지쳐있었고, 특히 한창 바쁜 

방학이 끝나고 나면 무기력해지기 십상이었어요. 집에 돌아가서는 아무것도  하고 

가만히  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고. 그러던 찰나에 지난해 10 답십리도서관 

상주작가 공모를 봤어요. 저한테는 희망이었어요.”

 

 

백은하 작가는 지난해 11 답십리 도서관 상주작가에 선정됐다.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주며 개인 작업공간을 지원받았다.

 

 

 시간이  행복했어요. 잃어버린 나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과 있으면  읽기도 힘든데 상주작가로 머무는 7개월 동안 하루  권씩 반드시 책을 읽겠다는 

나름의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대로 달은 책만 읽고 12월부터 2월까지는  힘을 다해 글을 썼어요. 

그런데 완성된 글을 출판사에 보내도 계약이 되지 않았어요. 도서관을 운영하면서도 기획 동화는 꾸준히 

의뢰받아 썼고, 개인 창작 작업도 이어왔는데 출판사에서 작품은 좋은데 요즘 트렌드가 아니네요.”, 

저희와 맞지 네요.”라는 답을 들을 때면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작가를 계속할  있을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도 묵묵히 썼어요. 

그것밖에 제가   있는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간절히 바랐어요. 

 

 

그녀는 간절히 원한다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말 원하는 일이 있다면 간절히 바라야 한다고 했다. 

그냥 바라는 것은  되고 간절히 바라야 한다고 했다.  절실함 때문일까 

4월부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연이어 4권의 책이 계약되었다.

 

일상의 이야기를 동화로 완성하는 백은하 작가!

백은하 작가는 항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다보니 아이들한테 얻는 영감이 많아요. 

젊은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항상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했던  같아요.

지하철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앉아있으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귀담아듣고 재미있는 부분은 메모를 해요.”

 

 

그녀의  번째 작품 <당당해질거야> 젊은 시절 육원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 결혼을 하고 나서도 소식을 주고받았던 아이에  애정이 책으로 이어졌다. 

동갑인 아들과 조카와 련된 책도 있다. <녀석을 위한 100 파티> 성적이 좋았던 아들과 다소 그에 미치지 

못했던 조카의 성적  질투와 갈등을 다룬 이야기이다.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발굴하고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백은하 작가의 이야기가 친근하고 매력적인 이유이다.

동화작가에서 도서관 관장, 마을활동가가 되기까지 도서관 운영을 마무리하는 내년 2, 

백은하 작가의 계획이 궁금했다.

 

 

“2월까지는 딸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딸도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동안 힘든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에게 신경을  보니 딸에게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첫째 아들도 그런 고민 했었고요. 3월이 되면 계약한 책들이 출판되기 시작해요. 

그때는 책도 열심히 리고 작가와의 만남도 자주  생각이에요. 그리고  다른 작품을 써야. 

그렇지만 도서관과 함께한 사람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준비는  있답니다.”

 

 

백은하 작가는 석관동 토박이로 오랜 기간 동네에서  동화작가이다.  명의 

가가 책을 매개로 하여 도서관 관장이 되고 마을활동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작은

도서관이  개인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키는지 여실히 알게 한다.   없는 , 

가능한 일도 하게 된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내년에는 석관동을 배경

으로  동화와 함께 작가로서 그녀를 만날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