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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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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넝쿨책 기행기 심재빈 2019년 7월. 나는 회사를 그만뒀다. 그 후 몇 주를 집에서 꼼작하지 않았다. 보고 싶던 영화와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배달 음식과 편의점 군것질로 끼니를 때웠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이불 속은 포근했다. 인스턴트 음식은 감미로웠다. 회사 생활로 탈진한 몸은 그동안의 숨 가쁜 패턴을 잊고 나태와 게으름이라는 수분을 솜처럼 빨아들였다. 이날도 특별할 게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기 전까진. 언제나 나를 '꽤 괜찮은 남자'로 비춰주곤 했던 거울이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낯선 이가 거울 속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공을 원했고 사회 관례에 따라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었다. 회사원이 되어 믹스커피 타는 법, 복합기 사용법, 소맥 마는 법, 야근 ..
안톤 체홉 단막극 공연*을 마치고 글 허영미 책이 좋아 시작한 책 읽기 모임에서 희곡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한 권씩 읽어 가던 중 어느 날부터 초대 받아 시작된 낭독 공연. 동네 책방에서 작게 시작한 희곡 읽기 모임은 낭독 공연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세익스피어의 『오델로』, 『한 여름 밤의 꿈』, 그리고 『사막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등. 그러다가 지난 3월에는 소극장을 빌려 안톤 체홉의 단만극 세 편을 낭독극으로 올리기까지 했다. 동네책방 테이블에 모여 앉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 작은 낭독모임이 학교운동장에서 시작해 경전철 역 작은 공간, 동네 도서관, 다른 동네의 작은 도서관등에서 낭독 공연을 하게 되었다. 대단하지 않아도 큰 박수와 칭찬으로 맘이 뿌듯했던 순간들이 참으로 행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이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