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호박이넝쿨책 기행기 심재빈 2019년 7월. 나는 회사를 그만뒀다. 그 후 몇 주를 집에서 꼼작하지 않았다. 보고 싶던 영화와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배달 음식과 편의점 군것질로 끼니를 때웠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이불 속은 포근했다. 인스턴트 음식은 감미로웠다. 회사 생활로 탈진한 몸은 그동안의 숨 가쁜 패턴을 잊고 나태와 게으름이라는 수분을 솜처럼 빨아들였다. 이날도 특별할 게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기 전까진. 언제나 나를 '꽤 괜찮은 남자'로 비춰주곤 했던 거울이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낯선 이가 거울 속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공을 원했고 사회 관례에 따라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었다. 회사원이 되어 믹스커피 타는 법, 복합기 사용법, 소맥 마는 법, 야근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