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야책_4호
야책문학 - 시 4
호박이넝쿨책_야책
2020. 12. 5. 23:03
<나무야, 나무야>
김채영
겨울나무야,
겨울, 봄, 여름, 가을 언제가 좋아?
견뎌야 한다면
난, 여름.
언덕위의 나무야,
산 속, 강 옆, 아파트 내, 시골 길
어디가 좋아?
그리운 이와 함께라면
난, 어디든.
동물원의 나무야,
동물, 식물, 새, 사람 누구의 방문이 좋아?
난, 말 못 해.
가시나무야,
장미, 벚꽃, 커피, 단풍 중 뭐가 좋아?
난, 꽃보단 열매 사과.
눈꽃 핀 나무야,
바람, 토네이도, 비, 햇빛 뭐가 좋아?
난, 소낙비.
므두셀라 나무야,
너의 나이테가 4900개 이상이라며?
나의 나이테는 52개야.
너의 삶은 옳았어.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는 거.
텅 빈 가슴으로 사는 거
너의 빈 가슴이 많은 나이테를 지닌 비결을 말해주는 거지.
난 가슴을 비울 수가 없어.
텅 텅 비우고 싶어.
많은 나이테는 부럽지 않아.
하지만 좋은 기억만 남기는 비결은 부러워.